가족

부모님을 차단했어요.

이런저런

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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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 고민이 있고, 최근 결심을 했는데 이게 맞는지, 이런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게 자연스러운지 고민이 되어 용기 내서 글을 올려요.

우선, 저는 20대 청년입니다. 다행히 일을 하고 있어요. 돈을 벌고, 월세를 내고, 밥을 먹고 있습니다. 통신비도, 보험비도 꼬박꼬박 내고 있어요. 모아둔 돈이 많지는 않지만 나름 하루하루를 영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큰 고민이 있어요. 가족입니다. 가족을 생각하면, 참 징글징글해요. 특히 엄마와 아빠요. 일곱살 때부터 쭉,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가정 폭력을 당했어요. 멍이 드는 건 당연하고, 동생은 뼈에 금이 가기도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참 많이 맞았어요. 맞는 이유는 주로 아빠의 화풀이였습니다. 회사에서 일이 잘 안되거나, 월급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저와 동생을 때렸어요.

어른이 되고 나서, 제가 아빠보다 힘이 더 세지고 나서는 맞지는 않았지만 언어 폭력은 그대로입니다. 엄마 역시 방관자고, 경찰에 신고했을 때도 거짓말을 했어요. 아빠는 저희를 때리지 않았다고요. 커다란 일도 아니라고 했죠.

제가 취업을 하기 전에도, 엄마와 아빠는 저의 자존감을 늘 깎았습니다. 칭찬을 하는 것보다 나무랐어요. 그걸 해서 뭐 하냐, 돈은 얼마 벌겠냐, 같은 것이요. 그리고 취업을 하고 나서는 제게 돈을 많이 빌렸습니다. 나중에는 빌린다는 개념도 없이 제 돈을 당당하게 요구했어요. 저는 가족이니까, 그래도 저를 키워준 부모니까 월급의 반이 가까이 되는 돈을 송금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애인에게마저 연락을 해서 돈을 빌리려고 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언어 폭력을 하는 건 고치지 않았고, 저에게 소중한 사람까지 돈을 달라고 연락을 하는 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차단을 했어요. 곧 번호를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게 맞나 싶습니다. 정말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제 가족과 절연한 저를 이상하게 볼 것 같기도 하고요. 부모의 장례식마저 가고 싶지 않은 제 마음과, 그 마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제가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해요. 어떻게 이 마음을 다스려야 할 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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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용기를 내어 이곳에 찾아와 글을 적어주고 가셔서 반가운 마음입니다.

글 속에 남겨주신 것처럼, 가족과 관련한 문제가 이런저런님에게 정말 오랜 고민이었을 것 같습니다.
글자로는 짧게 남겨졌지만, 20년이 넘는 시간을 어떤 경험들과 시간들로 가지셨을지 쉽게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 있었다는 결심이 이런저런님께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들게 만드는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게 맞나 싶고, 불편함 감정이 드는 것이,
어쩌면 이런저런님의 마음 속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와 나의 남자친구, 그리고 내 미래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부모님을 차단하는 행동에 대해서 우리가 여기서 판단하거나 결정내릴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나의 상황에서 나와 나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하실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혼자서 나의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또 지금의 상황에서도 나의 마음을 잘 돌보기 위해 고민하실 수 있는 분이시라면은, 이번의 선택도 분명 많은 고민들이 바탕이 되었을 테니까요.

나의 선택과 결심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죄책감을 느끼는 자신이 이상한 것도,
가족과 절연한 나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아줄지 생각이 드는 것도,
이 과정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는 마음들로 보여집니다.

다만, 이런저런님께서 이런 마음들을 혼자서만 감당하려고 하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내가 믿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과 나의 마음을 나누는 것도 방법입니다.
좀더 자세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원한다면 전문 심리상담사와 일대일로 상담을 받는 것도 해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제가 실시간으로 이런저런님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함께하고 같이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근처의 사설 상담센터, 가족센터, 혹은 청년 심리상담을 지원해주는 다양한 복지 제도를 통하여서 개인 심리상담을 받아가며 내 마음을 조금 더 잘 살펴보아줄 수도 있습니다.

엄마 아빠의 말들과 폭력들이 어렸던 나에게는 절대적이고 저항할 수 없는 힘이었을 것 같아요.
사실, 부모의 돌봄과 양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린 아이가 화풀이와 방관 앞에서 무력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남겨주신 글을 보니, 이런저런님은 그 부모와의 관계로 고민하면서 동시에, 나의 마음을 돌보고 삶을 잘 지켜가고자 하는 힘도 분명히 있으신 것 같아요.
이제는 엄마아빠와의 관계에서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결심도, 이제는 무력한 아이를 내가 스스로 돌보고 보호해줄 수 있는 기회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나를 살펴보아주는 방법은 정말 다양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이번에 글을 적어주신 것처럼 나의 어려움을 나누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상황과 마음에 가장 적절한 도움을 받아가시며, 이 과정들이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시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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