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우리 가정은 꽤나 화목했던 만큼이나 제 부모님께서도 저희 남매를 교육, 훈육에 있어서 엄격하게 하시는 만큼 다정다감하게 챙겨주시는 아 주 좋으신 부모님이십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아버지께서 너무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원래부터 어머니와 같이 엄격하고 무서우신 분이셨기는 하시만서도 최근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가부장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십니다. 아무리 부모님 두 분 모두 갱년기이긴 하지만 특히 아버지께서는 저희 가족 중 누군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그 당사자에게 화를 내시는건 물론 다른 가족에게도 마치 화풀이를 하시는 듯한 사나운 모습을 보이십니다.
때로는 술을 좀 많이 드시면 더욱 예민해지기도 하시고 그래서 요즘들어 어머니에 이어서 저랑 동생도 아버지께 반항심이 생기기도 하면서도 가끔은 아버지께 화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아버지랑 마찰이 일어났을 때 아버지께서 저보고 이럴거면 나가 살으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요즘은 진짜 나가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고 아버지께서 직장 일 하시면서도 최근에는 금연을 하신 탓에 많이 힘드신 점은 정말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그냥 나가 살지 않고 나가 죽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버지가 너무 못마땅하고, 싫습니다.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글쓴님, 안녕하세요.
아버지를 향한 미움과 좌절이 얼마나 큰지 느껴집니다. 가족이 갑자기 달라지는 모습을 마주하는 건 누구에게나 큰 충격이고, 지금처럼 예민한 반응과 화풀이가 반복되면 집안이 더 이상 안전한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지요.
우리는 누구나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미워하는 마음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부장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글쓴님에게 무력감과 분노를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버지께서 금연, 갱년기, 직장 스트레스 등 큰 변화 속에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도 가족에게 화풀이하거나 위협적으로 대하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어요. 가족 모두가 불안과 긴장 속에 지내야 한다면, 이는 관계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아버지에게 글쓴님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아버지가 맨정신이고 차분한 상황에서, "아버지가 화낼 때 저는 너무 위축됩니다." 혹은 "아버지게 존중받고 싶습니다."처럼 내 감정을 중심으로 전달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상담을 받거나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라면, 타인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글쓴님 스스로를 분노의 마음에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선, 아버지를 미워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일기나 타인과의 대화로 계속 표현하세요. 감정이 밖으로 나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또, 아버지가 현재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인 상태라면 굳이 맞서 싸우기보다, 잠시 자리를 피하거나 거리를 두는 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어요.
글쓴님, 지금의 힘듦은 글쓴님 탓이 아니라, 가족 내의 변화와 긴장 속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고통이에요. 너무 버거운 마음이 계속된다면 혼자 감당하지 말고 꼭 안전한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친구나 친척, 믿을 만한 선생님, 혹은 전문 상담 창구에 글쓴님의 마음을 털어놓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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