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학교

불안

blankgry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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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학 진학을 앞둔 평범한 고3입니다.
오랫동안 묵혀 왔던 고민이 계속 있었는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마땅히 없어서
결국엔 이 곳까지 와서 남겨봅니다.

고3 고민이라면 대부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 합니다.

근데 제 고민은 제가 중심이 아닌 부모님 입니다.
제 부모님도 대부분 부모님들과 똑같이 맞벌이를 하십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전 또래들에 비해 철이 빨리 든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도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고 계셨습니다.
근데 어느 날 여름이 되고 나서 어머니께서 일하시고 오신 뒤에
많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때부터 꼭 성공해서 부모님께서 더 이상 일을 하시지 않고
행복하게 여행 다니시게 해드려야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그렇게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새 까먹고 중학교 3년 내내 펑펑 놀다가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나서야 그 때 그 다짐이 다시 생각 났습니다.
행복하게 해드려야겠다고 다짐 했는데 지금 뭐하는 거지 하면서 죄책감이 들더라구요.

매일 밤, 일을 끝내고 돌아오시는 부모님을 보며 계속 죄책감이 쌓였습니다.
배고파도 죄책감이 배고픔을 이겨내서 그런지 배고프니 밥 달라는 말도 못하겠더군요.

그 후 진짜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입학 후
지금까지 수행평가, 쪽지시험 등등 내신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최대한 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어도 부모님 생각을 하며, 등교 할 때마다 힘내자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정작 지금이 되고 나서야 자기 자신 생각을 못했더라구요.
부모님을 위해서 열심히 했지만 고 3 막바지가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어디로 가야 하고 학과는 또 어디로,내가 뭘 잘하는지,
대학 졸업 후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버는지 제 미래는 생각을 잘 안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엔 지금 대학과 학과는 어느 정도 정했지만 제가 대학을 가서도 잘 할 수 있을까,
남들과 잘 지내며 살 수 있을까, 또 그렇게 남들 시선을 신경 쓰게 될까,
졸업 후 돈이나 제대로 벌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만이 절 덮쳐 옵니다.

사실 전 고3 남자 치곤 몸도 왜소하고 키도 작은 편 입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떳떳하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게 끔 노력했지만,
위축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럴 때 마다 정말 숨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가 결국엔 사람 만나는 것도 다소 힘들게 되었고,
집 만이 유일한 대피소이자, 저의 모든 생각과 고민을 잠시나마 그만 둘 수 있게 하는 그런 곳이 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쌓이고 쌓여서 이젠 감각 또 한 너무 예민해졌습니다.
남들 시선이 긍정적인 것 보단 부정적인 시선으로 많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몸이야 운동하면 그만 이지만 키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 키 만이라도 키울 수 있다면 영혼도 팔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런 힘듦이 지금까지 쌓여서 누가 위로의 한 마디만 꺼내줘도 당장 울 것 같은 상태이기도 하구요.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지 감조차 안 잡히네요.

이 이상 더 길게 쓰면 보시는 분들도 별로일 것 같아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이렇게 긴 글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여러분들의 고민도 다 해결 되고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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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글을 통해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지금 나의 힘든 마음을 이곳에 진솔하게 남겨두고 가신 것 같네요.

적어주신 글을 읽어보며 지금까지 혼자서 애써온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나의 어려움과 고민을 이해하고, 나의 노력을 응원해주고, 고생을 이해해주거나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꼭 그런 사람이 지금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저도 대학 입시를 앞둔 지금까지 해 온 의지와 노력을 응원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 자신도 그렇게 나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돌봐주었을지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 갖고 있는 고민들과 걱정들, 속상한 마음들이
일상 생활에서 많이 방해가 되거나 불편하진 않을지 한 번 점검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대학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떤 전공으로 어떤 공부를 해가며 진로를 결정해 갈지, 대학을 졸업 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 막연하고 그래서 느껴지는 불안함은
지금 시기의 고3이라면 누구든 갖게 되는 마음일 것 같아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힘듦이 쌓여있다고 느끼거나
남들의 시선이 부정적으로만 느껴지고,
그러면서 사람들과 지내려고 하는 것도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꺼려지게 된다면,
어쩌면 지금은 혼자의 의지나 계획으로 상황을 바꾸어가야 하는 때가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부모님에게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전하고 도움을 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온라인 글이라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이야기를 전해듣지만,
지금 느껴지는 어려움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불편함을 실시간으로 같이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심리상담사를 찾아가보시기를 권합니다.
만약 학교에 위클래스가 있다면 그곳을 방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는,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내 편이 있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글을 통해 지금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많은 힘을 들이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것이 바로 나의 힘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를 바라며,
한편으로 나 혼자의 힘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이나 나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을 갖는 것은
건강한 타인과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꼭 필요해요.
맞벌이인 부모님이 바쁘셔서 이를 위해 충분히 도움주실 만큼의 시간이나 체력이 부족하시다면,
나에게 맞고 도움이 되는 심리상담사를 만나보시면서 지금의 어려움을 대처해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고,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서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이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상황에 가장 맞는 도움들을 받아가시면서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들을 얻어가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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